동그란
얼굴의 양머리 소녀가 웃고 있다. 두 개의 뿔 아래로 큼직한 안경이 얼굴을 가리고 있다. 안경 디자인이 LOVE, 7, 사과, 체리, 꽃송이, 쿠키부터 트럼프 무늬, 비즈, 수류탄 모양이다. 양 끝이 올라간 입술 사이, 흰 치아 위로 온통 금속 소재의 치아교정기다.
밝고 경쾌한
그림은 전통 한국화를 전공한 김지희(29) 씨의 인물화다. 한지에 전통염료로 특유의 ‘동양적 팝아트’를 펼쳐온 김 씨의 신작전이 4∼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열린다. 개인전 주제는 ‘가상의 위장(Virtual Camouflage)’. 작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상징하는 인물 시리즈 외에 휘황찬란한 보석을 세밀하게 묘사한 ‘버진 하트’ 등 30여 점을 발표한다.
신작들은 풀숲에서 몸을 감추기 위한 군복의 위장무늬를 모티브로,
성공을 위해 경쟁하며 획일적 웃음을 짓는 현대인을 표현한 이미지들이다. 명품 로고, 꽃과 수류탄 무늬의 안경 그림 외에 안경 없이 양쪽 눈동자 색깔이 다른 ‘오드 아이(Odd eye)’의 얼굴도 선보인다. 유화나 아크릴화처럼 보이지만 한지에 여러 차례 칠한 전통 채색 기법의 작품은 색감이 화려하면서도 은은하다. 작가는 마음의 창인 두 눈을 가린 채 웃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현대인을 은유한다. 또한 수류탄의 위장무늬에선 불안감을 감추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담아낸다.
작가의 치아교정기 그림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2007년 대학원 시절 치아를 교정하면서 ‘미의 기준에 맞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치아교정’의 경험을 화폭으로 끌어들였던 것. 2011년 첫 개인전을 통해 ‘양머리 소녀’ 그림이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로 관심을 모았다. 치아교정기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 그림은 교정 전문 치과는 물론
중국,
미국,
영국 등 100여 회 해외 전시에서도 호평을 얻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