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헬레나의 그림이야기]
그림처럼 살고 삶처럼 그리는 김지희
작가(30). 그녀의 그림 속에는 양머리를 하고
치아 교정기를 끼고, 또 큰 안경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으며, 다소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소녀의 얼굴이 등장한다.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목은 없이 덩그러니
두상만 놓여 있어 자세히 보면 약간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 그 소녀의 얼굴은, 매우 화려한 오브제들로 장식되어 있다.
“안경으로 가려진 소녀의 두 눈은 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 속에 가려진 슬픔을 통해,
위장 혹은 변장을 피할 수 없는 대부분 사람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싶었다.”라고 하는 김지희 작가는, 작품을 통해 동시대인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성형 : 치아교정기를 끼고 있는 소녀는, 아름다움을 좇는다. 그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획일화된 아름다움이다. 동시대의 정형화된 미(美)의 기준에 맞춰 외모를 가꿔가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고유의 매력에는 관심을 기울이려 하지 않은 채 보이는 모습에 집착하고, 다른 사람의 외적인 매력을 전유하기에 바쁘다. 그 과정에서는 신체적인 아픔과 고통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다 참아낸다. 그리고는 ‘나’를 잃고, 다른 사람으로 변해간다.
화려함 : 유명 럭셔리
브랜드들에서 출시된 상품을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고, 그것에 종속되어 가는 사람들이 많다. 루이비통 스피디 백을 들고 샤넬 트위드 재킷을 입고, 프라다 구두를 신은,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인지 브랜드에 소비 당하는 것인지 모르겠는 모습의 사람들. 그들은 브랜드와 스스로를 동일시하며, 마치 본인이 그러한 브랜드가 되었다는 착각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이 크면 클수록 그 본 모습은 공허해 보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가면 : 안경을 쓰고 있는 소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보이는 내 모습과 그렇지 않은 내 모습의 차이가 너무나 커서일까. 그러한 간극이 커질수록 자아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본인이 만들어 놓은 과장되고 조작된 모습과 자기 본연의 자아가 충돌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자기 스스로 만들어 둔 덫에 걸리게 된다. 자기가 만들어 놓은 가면을 벗을 수 없게 되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계속 쓴 채 눈물을 흘리는 것 밖에 없을 것이다.
김지희 작가는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고, 청작 미술상 수상을 비롯하여 소녀시대와
화장품 브랜드 미샤(Missha)와의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현재 널리 알려진 한국 미술계의 기대주 중 한 명이다. 흔히들 ‘
미대, 특히 동양화 전공한 여자는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많이 생각하지만, 그러한 통념을 깰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김지희 작가일 것이다.
그녀가 보여주고 있는 행보처럼, 작품을 통해서도 대부분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작가들이 많이 등장하고 또한 대중에게 많이 노출된다면, 한국 대중이 보다 역량 있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계속될 그녀의 열정적인 활동을 기대하며, 그녀를 비롯해 더욱 많은 작가들과 대중이 가까워질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