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ncy Spirit

인간은 끊임없이 욕망한다. 욕망은 인간의 아름다운 염원이자 희망이다.

2008년부터 13년간 작업해온 <Sealed smile>은 다양한 주제를 만나 변주해왔다. 화면 속 여성은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안경을 쓰고 어렴풋이 미소 짓고 있다. 가려진 안경 속에 여성은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여성의 안경알에 그려진 도상을 통해 그가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보면 우리 일상 속 크고 작은 파편들, 신화의 한 장면, 사랑의 단어 등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도상들은 인간의 희망과 욕망에 대한 작가의 질문이다. 작품 속 화려하게 빛나는 도상들을 통해 소유와 존재 사이를 오가는 욕망에 대한 사유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욕망’이란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플라톤의 「향연」에서도 인간의 ‘욕망’은 ‘결핍’으로 나타낸다. 그러나 김지희는 인간의 ‘욕망’을 ‘희망’으로 바라보았다, ‘욕망’과 ‘희망’은 무엇인가를 바란다는 점에서 동일한 선상에 놓은 것이다. 그가 인물을 천착해온 시간 동안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것은 생-욕망-죽음의 허무한 찰나 속의 희망이다. 우리는 삶의 유한함을 직면할 때 인생의 무게가 무한한 시간의 층위에서 가볍게 부유해 흩어짐을 느낀다. 영원함과 유한함 사이의 첨예한 대치는 허무함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순간의 소중함이기도 하다. 우리의 끊임없는 욕망 가운데 삶의 기저에 흐르는 결핍과 고독을 초월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생의 유한함인 것이다. 즉, 삶의 한계 속에서 더 나은 것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결핍이나 갈망이 아니라 빛나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염원이자 희망이다.

본 전시 《The Fancy Spirit》은 안경 너머의 대상을 인물에 한정 짓지 않고 영험한 동물로 주제를 확장하였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The Fancy Spirit> 흰 부엉이는 눈을 가리고 있으며, 안경은 반대로 우리를 투영하는 거울처럼 빛난다. 안경 속에는 내일을 알 수 없는 생의 시간을 상징하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가 보여진다. 화려한 소비재로 장식된 안경은 하나의 부적처럼 소비되는 동물의 이미지와 오버랩되며 우리의 욕망을 마주하게 한다. 특히 24K 금박 가운데 흑백으로 제작된 이미지는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이 담긴 특별한 동물을 화려한 배경과 대치시키며 동물의 이미지 언어가 소통되는 지점을 더욱 명료하게 표현한다.

2022년 임인년을 맞아 처음 선보이는 《The Fancy Spirit》는 관람객들에게 좋은 기운과 희망의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각자의 삶의 무게를 견디며 뜨겁게 희망하며 욕망하는 우리 생의 항해가 순탄하길 기원하고 삶의 매 순간들이 의미 있게 빛나길 바란다.